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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Esprit

커피하우스, 여론을 만들고 세상을 뒤집다

커피의 의미는 이전보다 커졌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이든 커피를 마셨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커피는 아내의 특권이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만큼의 커피를 제공해야 할 제도적인 의무가 있었다. 어길 경우 이혼 사유가 됐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1554년 커피하우스가 최초로 생겼다. 커피하우스를 뜻하는 당시의 ‘카베한(카베하네)’은 커피를 매개로 한 공공장소였다. 사람들은 ‘메크텝 이 이르판(교양인들의 학교)’라고 불렀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커피는 또 다른 세계를 예고했다. 권력자(위정자)들에겐 심히 불편한 일이었다. 뭔가 작당모의가 벌어지고 있다는 불안의 증폭. 메카의 총독 카히르-벡은 커피하우스 출입을 금지시켰다. 커피가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만든다는 이유였다. 이런 사례는 유럽으로 건너간 커피에도 적용됐다. “국왕폐하와 대영제국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은 런던의 커피하우스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폐쇄조치가 오래갈 수는 없었다. 커피는 이른바 ‘폭풍대세’였고, 인류의 ‘정신 제조기’로 작동하면서 깨어 있는 시대의 동반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교도의 음료’였던 커피는 마침내 유럽에서도 면죄부를 얻었다.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17세기 초 커피를 ‘사탄의 음료’라면서 교황 클레멘스8세에게 커피 음용 금지를 청원했다. 그러나 이를 마신 교황은 되레 커피에 반해 세례를 내렸다. 기독교인을 위한 음료라며 커피를 허했다. 봇물이 터졌다. 17세기 중반 런던을 시작으로 파리, 베네치아, 빈 등지에 커피하우스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커피는 유럽 전파 초기 의약품 취급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포장되기도 했던 반면 마르세유의 의사들은 ‘독’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전파된 커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커피하우스와 함께였다. 사람들은 말하고 비판하는데 재미를 들였다. ‘공공’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정신세계에 틈입했다. 커피하우스에서 수다를 떨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공공여론은 일상용품이 됐다. 커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데 도움을 줬다. 개인, 시민이라는 이전에 없던 개념들이 차츰 자라났다. ‘커피 에스프리’는 근대를 조금씩 깨우고 있었다.

마침내 커피(하우스)는 프랑스대혁명으로까지 연결됐다. 자각하고 각성한 시민들의 열망은 순식간에 세상의 질서를 뒤집었다. ‘커피하우스 정신’이라고 표현될 법한 이것은 권위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압박을 없앴다. 프로코프카페(Le procope) 등에서 격발된 프랑스대혁명이 그랬으며, 마드리드 혁명은 로렌조니카페(Cafe Lorenzoni)에서 시작됐다. 오스트리아 지배에 대항한 북이탈리아의 저항은 숱한 커피하우스에서의 모반이 뭉친 것이었다. 18세기의 커피는 -물론 유럽에 국한됐다는 한계가 있으나- 지성을 자극하는 물질이었다. 문학의 세기에 커피 수요는 크게 증가했고, 이것은 또 다른 커피의 변신을 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음료이자 정신의 건강한 영양분인 커피는 술과 달리 청정하고 고상한 정신을 드높여준다. 커피는 몽상의 구름과 이의 우울한 뒷맛을 일소해주고, 사물의 현실에 반짝 진리의 빛을 비추어준다. 커피는 흥분된 육체에 고양된 정신을 심어주기 때문에 안티에로틱하다. (중략) 뷔퐁, 디드로, 루소가 마셨던 도미니카의 진한 커피의 뜨거움이 그들의 불타는 영혼과 한 몸이 되었다. 그리고 날마다 프로코프 카페에 모여드는 예언자들은 그들의 예리한 눈길로 그 검은 음료의 바닥에서 혁명의 해가 밝아오는 것을 보았다.”_《커피의 역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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